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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해철

신해철_4 'Myself' (1991) 35년이 지나 다시 듣는 '나에게 쓰는 편지'와 '길 위에서'

by 쟈스민그린티 2026. 7.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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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해철 시리즈

신해철_1 '해에게서 소년에게'
신해철_2 무한궤도
신해철_3 '슬픈 표정 하지 말아요'
신해철_4 'Myself'
신해철_5 '더 늦기 전에'

 

신해철 시리즈 네 번째 글이다.

무한궤도에서 시작했고, 첫 솔로 앨범 '슬픈 표정 하지 말아요'를 지나 이번에는 두 번째 솔로 앨범 'Myself'를 다시 꺼내 들었다.

이 앨범은 내게 조금 특별하다.

어릴 때는 멜로디가 좋아서 들었고, 조금 커서는 가사가 좋아서 들었고, 지금은 그 시절의 나와 지금의 내가 함께 떠오르기 때문에 듣게 되는 앨범이다.

35년이 지난 지금 다시 들어보니, 같은 노래인데도 전혀 다른 이야기가 들린다.

 

 1. 1991년, 신해철의 두 번째 솔로 앨범 'Myself'

신해철의 두 번째 앨범 Myself 앨범커버 앞면
신해철의 두 번째 앨범 Myself 앨범커버 앞면 출처 : 나무위키. _ 한국 대중음악 명반 100
신해철의 두 번째 앨범 Myself 앨범커버 뒷면
신해철의 두 번째 앨범 Myself 앨범커버 뒷면 출처 : 나무위키 _ 한국 대중음악 명반 100

1991년 4월 발매된 'Myself'는 신해철의 두 번째 솔로 정규 앨범이다.

많은 사람들이 신해철 하면 '그대에게', '날아라 병아리', '해에게서 소년에게'를 먼저 떠올리지만, 이 앨범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유독 "명반"이라는 표현을 많이 쓴다.

나도 그 이유를 이번에 다시 찾아보다 조금 이해하게 됐다.

1집이 가수 신해철을 알린 앨범이었다면, 2집은 음악가 신해철을 보여준 앨범이라는 평가가 많다.

대부분의 수록곡을 직접 만들었고, 사랑 이야기보다 삶과 시간, 미래, 자신을 향한 질문이 훨씬 많아졌다.

 트랙 리스트

Side A

1. The Greatest Beginning
2. 재즈 카페
3. 나에게 쓰는 편지
4. 다시 비가 내리네
5. 그대에게

Side B

1. 내 마음 깊은 곳의 너
2. 아주 오랜 후에야
3. 50년 후의 내 모습
4. 길 위에서


지금 봐도 한 장에 '재즈 카페', '나에게 쓰는 편지', '내 마음 깊은 곳의 너', '50년 후의 내 모습', '길 위에서'가 모두 들어 있다.

이 정도면 정말 타이틀곡이 여러 곡인 앨범이었다.

 

2. 이 앨범을 들으며 처음 '인생'을 생각했다


테이프가 늘어질 만큼 들었던 앨범이다.

그때 나는 아직 어렸는데도 이상하게 이 앨범은 즐겁기만 한 음악이 아니었다.

'나는 누구지?'

'사람들은 왜 이렇게 사는 걸까?'

'나도 언젠가는 어른이 되는 걸까?'

이런 질문을 처음 던지게 만든 음악이었다.

그 당시에는 질문만 생겼지 답은 없었다.

그런데 지금은 오히려 답보다 질문이 더 중요했다는 걸 알게 됐다.

그래서인지 플레이리스트에서 이 앨범은 한 번도 빠진 적이 없다.

나이가 들수록 더 자주 듣게 된다.

3. '길 위에서' — 지금도 내 삶의 좌우명 같은 노래

신해철 "91 Myself Tour" 공연중 "길 위에서"

이 노래를 처음 들었을 때는 그냥 멋있는 록 발라드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은 첫 소절부터 마음이 멈춘다.

길 위에 선 청년의 이야기처럼 들리기 때문이다.

이 노래를 처음 들었을 때는 그냥 멋있는 록 발라드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은 첫 소절부터 마음이 멈춘다.

길 위에 선 청년의 이야기처럼 들리기 때문이다.

 

내가 오래 기억하는 가사

 자랑할 것은 없지만

 부끄럽고 싶진 않은 나의 길

 

신해철 노래 중에서 가장 오래 마음속에 남아 있는 한 문장이다.

가사가 거창하지 않다.

성공하겠다는 말도 아니고, 최고가 되겠다는 말도 아니다.

그저 부끄럽지 않은 길을 걷고 싶다는 이야기다.

이번에 다시 들으면서 이 문장이 왜 이렇게 오래 남았는지 생각해 봤다.

아마도 현실적이기 때문인 것 같다.

누구나 자랑스러운 인생을 살 수는 없다.

하지만 부끄럽지 않은 삶은 노력할 수 있다.

 

나에게는 부모가 되고 나서 더 크게 다가온 가사

아이들을 보면서 자주 하는 다짐이 있다.

 자랑스러운 부모는 못 되더라도,

 최소한 부끄러운 부모는 되지 말자.

예전에는 이 가사가 나 자신에게 하는 말이었다.

지금은 가족에게 하는 약속처럼 들린다.

같은 노래인데 삶의 시기에 따라 의미가 달라지는 경험을 이 노래가 처음 알려줬다.

 

 1991년 스물네 살 신해철이 했던 질문

'길 위에서'는 꿈만 이야기하는 노래가 아니다.

세상을 살아가는 방식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세상의 모든 것을 성공과 실패로 나누고

 삶의 끝 순간까지 숨 가쁘게 사는 그런 삶은 싫어

20대 초반에 이런 가사를 썼다는 게 새삼 놀랍다.

 

4. '길 위에서' 를 지금 다시 듣는 이유


예전에는 이 노래를 들으면 용기가 생겼다.

지금은 방향을 점검하게 된다.

앞으로 얼마나 더 갈 수 있을지보다 지금 어느 길을 걷고 있는지를 생각하게 된다.

신해철 시리즈를 쓰기 시작한 것도 사실 비슷한 이유다.

좋아했던 음악을 다시 꺼내 듣고, 잊고 있었던 문장을 다시 만나고, 그 문장이 지금의 나에게는 어떤 의미인지 기록하고 싶었다.

그래서 이 글도 단순한 앨범 소개가 아니라 내 기록이 되기를 바란다.

이 앨범에는 아직도 이야기하고 싶은 곡들이 많이 남아 있다.

'50년 후의 내 모습'은 어린 시절에는 두렵기만 했던 노래였고, 지금은 웃으며 듣게 된 노래가 되었고,

'나에게 쓰는 편지'는 힘들 때마다 다시 찾게 되는 노래가 되었다.

 

5. '50년 후의 내 모습' ,  35년이 지나 다시 들으니 전혀 다른 노래가 되었다

50년 후의 내 모습 · 신해철 91 Shin Hae Chul Myself Tour

이 노래를 처음 들었을 때 나는 초등학생이었다.

'50년 후'라는 말 자체가 상상이 되지 않았다. 서른 살만 되어도 어른이라고 생각하던 나이였으니까, 50년 후는 거의 미래 영화 같은 이야기였다.

그래서 이 노래를 들으면 괜히 한숨이 났다.

나도 언젠가는 늙는다는 사실이 조금 무섭게 느껴졌던 것 같다.

그런데 시간이 정말 많이 흘렀다.

이번 글을 쓰면서 계산해 보니 이 노래가 나온 지 벌써 35년이 지났다.

50년까지는 아직 15년이 남았지만, 어느새 그 미래에 훨씬 가까운 나이가 되었다.

신기하게도 지금은 이 노래가 전혀 다르게 들린다.

예전에는 "늙음"을 상상하는 노래였다면, 지금은 "어떻게 나이 들고 싶은가"를 묻는 노래가 되었다.

지금도 마음에 남는 가사

벤치에 앉아 할 일 없이 시간을 보내긴 정말 싫어.


어릴 때는 이 문장을 이해하지 못했다.

지금은 이해된다.

나이가 드는 것이 두려운 게 아니라, 아무 의미 없이 시간을 흘려보내는 삶이 두렵다는 이야기처럼 들린다.

그래서 이 노래를 들으면 자연스럽게 이런 질문을 하게 된다.

지금 나는 시간을 어떻게 쓰고 있을까?
15년 뒤의 나는 지금의 나를 어떻게 기억할까?

이번에 다시 들으면서 예전보다 오히려 마음이 조금 편해졌다.

어릴 때 상상했던 중년은 굉장히 재미없는 나이였는데, 막상 살아보니 그렇지 않았다.

아직 배우는 것도 많고, 좋아하는 음악도 있고, 새로운 취미도 생기고, 블로그도 시작했다.

그래서 15년 뒤에도 "이 나이도 괜찮았다"라고 말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6. '내 마음 깊은 곳의 너' ,  기다림도 기쁨이 될 수 있다는 노래
 

[1991] 신해철 – 내 마음 깊은 곳의 너 _ MBC 여기 젊음이. 여기 윤상(베이스), 손무현(기타)이 함께 있다. 

이 노래는 화려하지 않다.

그래서 어릴 때는 다른 노래들보다 덜 들었던 것 같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더 좋아졌다.

특히 이 부분.

만남의 기쁨도 헤어짐의 슬픔도 긴 시간을 스쳐 가는 순간인 것을.

그리고 이어지는 문장.

영원히 함께할 내일을 생각하며 안타까운 기다림도 기쁨이 되어.

이번에 이 가사를 다시 읽으면서 오래 멈춰 있었다.

기다림은 보통 힘든 감정이라고 생각하는데, 신해철은 기다림도 기쁨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사람을 기다리는 일도 그렇고, 좋은 날을 기다리는 일도 그렇고, 언젠가 이루어질 꿈을 기다리는 일도 비슷한 것 같다.

기다리는 시간이 길다고 해서 모두 불행한 것은 아니다.

나도 살면서 그런 기다림이 있었고, 지나고 나니 그 시간도 소중한 시간이었다.

그래서 이 노래는 사랑 노래라기보다 시간에 대한 노래처럼 들린다.

그러고보니 시간이 약이고, 의심 없다면 그날을 기다리는 것은 안타까워도 기쁨이다. 

내 마음 깊은 곳의 너 · 신해철 91 Shin Hae Chul Myself Tour

 

7. '나에게 쓰는 편지' , 힘들 때마다 다시 듣는 이유

나에게 쓰는 편지 & 안녕 · 신해철 91 Shin Hae Chul Myself Tour

신해철 노래 중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에게 위로가 된 곡을 하나 고르라면 아마 이 노래가 아닐까 싶다.

예전에는 멜로디가 좋아서 들었다.

지금은 가사를 읽게 된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부분

우리가 찾는 소중함 들은 항상 변하지 않아.

가까운 곳에서 우릴 기다릴 뿐.

살다 보면 세상이 너무 빨리 변하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뒤처지는 것 같기도 하고, 다른 사람들은 다 앞서가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럴 때마다 이 가사가 떠오른다.

[1991] 신해철 – 나에게 쓰는 편지 & 조갑경, 원미연, 김흥국, 이재영, 이연경
신해철_나에게 쓰는 편지_1999 Monocrom Live
더 이상 버틸 힘이 없고, 일어설 힘이 없고,  
세상이 다 끝났다고 생각될 때 저는 항상 거울을 보거든요. 

여러분도 거울을 보면 여러분 스스로를 믿는 단 한 사람, 
마지막 한 사람이 그 안에 있습니다.  

여러분들 자기 자신, 끝까지 여러분들 자기 자신을 믿으세요. 
고맙습니다. 
- 신해철 (1999 Monocrom Live)

 

 

 

8. '재즈 카페' — 1991년에 이런 음악을 했다는 것이 놀랍다

KBS2TV 토요대행진 컴퓨터, 인간과의 만남 - 1991년 12월(19911221) 신해철 - '재즈카페' _ '그대에게' 와 함께 도입부부터 마음을 사로잡은 곡

'재즈 카페'는 처음부터 정말 좋아했던 곡이다.

도입부가 시작되면 분위기가 완전히 바뀐다.

1991년 당시에는 발라드가 정말 강한 시대였는데, 신해철은 전혀 다른 음악을 들고 나왔다.

낮은 목소리의 랩, 신스 사운드, 춤, 퍼포먼스까지.

이번에 공연 영상을 다시 보면서 제일 먼저 든 생각은 딱 하나였다.

정말 패기 있다.

연말 가요대상 무대를 다시 봤는데, 흰 장갑과 의상, 춤까지 전부 계산된 무대처럼 느껴졌다.

지금 봐도 촌스럽기보다 오히려 재미있다.

이번에 찾아보다 새롭게 알게 된 사실

이 앨범은 국내에서 MIDI를 적극 활용한 초기 앨범 가운데 하나라고 한다.

지금은 AI가 음악을 만들기까지 하는 시대지만, 당시에는 굉장히 새로운 시도였다.

그래서 '재즈 카페'를 다시 들으면 1991년 음악인데도 지금 들어도 세련된 부분이 있다.

내가 좋아하는 랩 가사

우리는 어떤 의미를 입고 먹고 마시는가.

짧은 문장인데 신해철다운 질문이 들어 있다.

단순히 멋있는 랩이 아니라 "우리는 왜 이렇게 살고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지는 가사다.

그래서 신해철 음악은 시간이 지나도 다시 읽게 되는 것 같다.

KBS2TV 1991 가요대상 - 1991년 12월(19911230) 신해철 - '재즈카페' _ 이 오빠 정말 패기 있지 않은가. 발라드가 주류였던 당시에 댄스 음악을 들고 나와서는 환장할 저음과 함께 현란한 댄스를 선보였다. 이 영상은 연말 가요대상 무대라 좀 더 신경써서 편곡하고 만든 무대였던 것 같다. 바지와 몸동작이 마치 계산된 것처럼 펄럭펄럭 재밌다. 흰 장갑을 포함한 그 날의 착장은 연말 시상식에 대한 예의가 느껴진다. 

 

9. 35년이 지나 다시 듣는 'Myself'

 

'Myself'는 내게 추억의 앨범이기도 하지만, 앞으로도 계속 듣게 될 앨범이다.

같은 노래인데 듣는 시기가 달라질 때마다 다른 이야기를 들려준다.

좋아했던 노래를 다시 듣고, 그때는 지나쳤던 문장을 다시 읽고, 지금의 나에게 어떤 의미인지 하나씩 기록해 보고 싶었다.

 

내가 왜 신해철을 좋아하는가 생각해 보니,
패기와 용기를 말뿐이 아닌 스스로가 실행으로 보여주면서,
혼나야 할 때는 혼내주고,
편 들어줘야 할 때는 편을 들어주는 선배미를 보여주지 않았나 싶다. 
이런 선배님이 이 시대를 함께 살아가고 있다면 너무 좋을 것 같다.
지금도 더 혼나야 하고 응원도 받고 싶기 때문이다. 
이런 것이 그리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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